이삭 줍는 여인들 (밀레)

이삭 줍는 여인들 (밀레)

Des glaneuses – Jean-François Millet

쌓여가는 보리 짚단이 다가올 추운 겨울을 평화롭게 지낼 수 있는 풍요의 상징이라면, 왜 “추수 Moisson”라고 부르지 않고, 굳이 “이삭 줍는 여인들 Glaneuses”이라고 제목을 붙였을까????

1857년 파리에서 가까운 ‘바르비종‘ 근처의 ‘샤이 Chailly’ 평야의 풍경을 담은 것으로, 일꾼들이 추수에 열중해 있으며, 뒷 배경에는 추수된 보리들을 낫가리에 쌓고 있는 일꾼들의 모습,  앞쪽에는 땅에 떨어진 이삭을 줍는 여인들을 묘사하였다. 묵묵히 일하고 있는 세 명의 여인은 아름답지도 우아하지도 않다. 주어진 일에 열중하고 있을뿐…. 세 여인이 땅을 향해 몸을 구부린 채 추수하는 농부들이 흘린 보리 이삭을 줍고 있는 여인들의 뒤로는 마치 땅이 지평선을 향해 솟아오르는 듯 펼쳐져 있다.

이들의 왼쪽으로는 엄청난 크기의 보리 짚단들이 눈에 띈다. 수평선을 따라 오른쪽으로 눈을 돌리면 마을의 모습이 뒤 배경에 나타나고, 그 앞에 말을 탄 남자가 보이는데 일꾼들을 감독하고 있는 농장의 주인만이 유일하게 자신의 의지로 지평선을 뚫고 우뚝 솟아 있다. 그런데, 앞쪽의 세 여인은 이상하게도 고독해 보인다. 농부들과 여인들간의 거리도 무척이나 멀어 보이고, 아무도 이들에게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 이 여인들은 보리 추수에서 일자리를 얻지 못한 당시 사회의 가난한 소외자들을 묘사한 것이라고…

농장주가 불쌍히 여겨 추수하는 농부들이 땅바닥에 흘린 보리 이삭을 줍도록 허락한, 소위 보리 이삭을 줍는 여인들인 것이다. 운명처럼 짓누르는 수평선의 무게에 힘겹게 순종하며 살아가는 소외된 자들….

‘밀레’는 세 여인을 한 무리로 묶어 구성하였는데, 저 부조를 막 벗어나는 듯한 여인들의 모습과, 마치 종교적 의식을 거행하는 듯 느리면서도 우아한 움직임을 전체적으로 단순화하여 표현하고 있다. 여인들이 하나의 보리 이삭이라도 더 줍기 위해 끊임없이 몸을 굽히고 일으키는, 연속적이고도 고된 동작을 보고 있는 듯하다.

첫 번째 여인은 보리 이삭을 줍기 위해 팔을 뻗치고 있고, 두 번째 여인은 보리 이삭을 주워담고 있으며, 세 번째 여인은 다른 장소로 이동하기 위해 몸을 일으키고 있는 장면은 결국 보리 이삭을 줍는 일련의 연속 동작을 각자 한 동작씩 연출하고 있는 것으로 일종의 슬로우 비디오를 보는 듯….

‘밀레’ 뿐만아니라 ‘꾸르베 Gustave Courbet’등등이 활동하던 ‘바르비종‘의 들녘.  봄철에는 개양귀비 꽃이 절경이고, 여름에는 노란 유채꽃으로 물들고, 가을에는 ‘밀레’의 그림처럼 황금 물결이 일렁이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