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르드에서는 모든 것이 아름답고 심지어 후회도 아름답다

프랑스 중부의 ‘옥시타니 Occitanie’지방의 ‘따흔 Tarne’ 도에 위치한 대 도시 ‘알비 Albi’에서 25 Km 떨어진 조그마한 마을 ‘코르드 쉬르 시엘 Cordes sur Ciel’은 마을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그야말로 천상의 마을이라는 말이 딱 들어맞는 것 같다. 1950 년대에 이 곳을 방문한 ‘알버트 카뮈 Albert Camus’ 는 “코르드에서는 모든 것이 아름답고 심지어 후회도 아름답다”고 말한다.

꼬르드 쉬흐 씨엘

마을 건너편의 산 중턱에서 바라다 본 이 마을이 나지막하게 안개로 뒤덮여 있을 때에는 마치 하늘 위에 떠 있는 신비로운 천공의 섬 ‘라퓨나’를 만나는 듯 신비로움마저 느끼며 자연 앞에 겸허하게 변하는 자신을 발견한다. 전혀 흐트러지지 않을 듯 하던 두터운 안개가 서서히 걷히며 드러나는 마을의 장엄한 풍광을 보고 있노라면 800년 전의 중세마을 한 가운데에 정착한 느낌마저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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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어사전에 ‘코르드 Cordes’는 밧줄이라고 되어 있어서 하늘 위의 밧줄 ?? 하며 무슨 뜻일까 궁금하였는데 정확한 유래를 찾아보니, 마을을 둘러 싼 ‘쎄루’ 강을 따라서 가죽 세공업자들이 정착을 하기 시작하는데, 당시 가죽세공으로 가장 유명한 스페인의 도시 ‘코르두에 Cordoue’ 의 이름을 본 따서 초기에는 ‘코르도아 Cordoa’로 불리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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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역사를 살펴보자면, 13세기 초 교황청으로부터 이단으로 지명된 ‘카타리나 Cathars’ 파는 중세 프랑스 남부를 중심으로 성행하는데, 이들을 정복하기 위하여 북쪽에서부터 내려온 프랑스가 주축을 이루는 십자군을 막기 위하여 뚤루즈 백작 ‘헤이몽 7세 Raimond VII’가 자신의 본거지인 ‘뚤루즈 Toulouse’로 진입할 때 지나가는 ’쎄루 Cérou’ 계곡의 경계를 강화하여 뚤루즈를 지킬 목적으로 1222 년 언덕 위에 요새를 새워 군사를 주둔시키면서 이 마을의 역사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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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이 만들어진 마을에 정착한 장인들은 오랜 기간 동안의 평화와 감세정책 덕분에 경제적인 호황을 누린다. 사람들은 부유해지고 장인들은 신흥 부자계급인 부르주아가 되면서, 자신들의 부와 권력을 표출하고자 고딕 양식의 웅장하고 화려한 주택을 경쟁적으로 건설한다. 비교적 짧은 기간에 비슷하게 지어지다 보니 건축적 획일성을 갖게 되어 “Cité aux Cent Ogives”라는 애칭으로 불리며, 16 세기까지 황금기가 지속되던 당시에는 최대 5,500 명의 주민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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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대혁명 당시 ‘코르드 라 몽따뉴 Cordes la Montagne’로 개명을 하였다가 1947년, 이 마을이 가을철부터 봄철까지 자욱한 안개의 늪 위에 우뚝 솟아 있는 풍경을 보며 아이디어를 착안한 소설가이자 시인이며 기자였던 ‘잔 하멜 칼 Jeanne Ramel Cals’ 의 제안으로 현재의 ‘코르드 쉬르 시엘 Corde sur Ciel’(하늘 위의 코르드)라는 이름으로 1993년 공식적으로 개명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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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2년부터 프랑스는 국영 텔레비전방송 « France 2 » 을 통해 한 해에 22개 지역에서 각 1개의 마을을 엄선하여 ‘프랑스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마을’을 순위별로 선정하는데 (2016년부턴 22개 지역이 13개로 통합되었음) ‘코르드 쉬르 키엘’은 2014년에 제 1위에 선정된 이후 관광객이 65%나 증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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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9월, ‘미식축제 Fete de la Bonne Vie’가 열리는 기간에는 마을 전체가 중세시대의 음식 문화로 돌아가서 마을의 요리사들이 단합하여 온 마을 사람들이 나누어 먹을 수 있도록 지역 특산물을 이용하여 다양한 음식을 선보이기도 하고, 요리사와 주민이 함께 마음을 모아 만드는 거대한 사과파이 만들기 행사도 주요 볼거리중의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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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엔 인구 천 여명에 불과한 작은 중세 마을이지만, ‘옥시타니’ 지방을 찾는 여행객들이 즐겨 찾는 관광명소이며 또한 야고보의 유해를 찾아 떠나는 ‘생 자끄 드 꽁포스텔’(St Jacques de Compostelle) 순례자들이 지나는 길목에 위치하여 중세시대부터 발달하다가, 근대화 과정에 소외되어 오히려 예전의 모습을 고이 간직한 성벽을 따라 생긴 꼬불꼬불한 골목길이 정겹다.

꼬르드

수많은 예술인들이 즐겨 찾던 곳으로, 현재도 이 마을을 아름답고 유명하게 만드는 회화, 조각, 도자기, 가죽세공의 예술가와 공예가가 운영하는 작업실이나 매장에서 적당한 가격에 쇼핑을 즐길 수 있다.

꼬르드 쉬흐 씨엘

역사적인 성지를 돌아보고 난 후엔 왠지 식욕이 당기기 마련인가 ? 천상의 마을을 한 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멋진 레스토랑이 있다 길래 찾아가 봤다. ‘테라스 쉬르 시엘 Terrasse sur ciel’(천상의 테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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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산 중턱에 자리한 이 레스토랑은 천상의 마을 분위기를 제대로 감상할 수 있는 넓은 테라스가 최대의 장점이면서 메뉴 역시 다양하였다. 음식에 집중하지 못 할 만큼 테라스에서 바라다 본 안개가 걷힌 천상의 마을은 너무도 아름다운 자연풍광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멋진 모습이었는데 레스토랑 서비스는 약간 실망스러웠다. 아마도 너무 많은 관광객이 찾는 레스토랑 이라서 인지 매너리즘에 빠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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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은 인터넷을 통한 자료가 너무도 풍부하여 가만히 앉아서 컴퓨터의 화면만으로도 충분히 그 느낌이 충족되리라고 생각했던 것이 이렇듯 직접적으로 마주하고 나니, 그야말로 마주하지 않은 사람들은 그 황홀한 감동을 제대로 느끼지 못했을 거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안개에 뒤덮여 마치 하늘 위에 떠 있는 듯한 마을이 서서히 안개가 걷히면서 그 우아한 중세의 모습을 드러내던 기가 막힌 풍광은 절대적으로 직접 감상해야 그 느낌을 제대로 알 수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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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얼마 전에 인터넷을 통해 접하게 된 사연이 떠 올랐다. 겨우 나이 27세에 골육종이라는 병을 이겨내지 못하고 사망한 호주의 ‘홀리부처 Holly Butcher’라는 아가씨가 남겼던 편지 글이다. « 인생의 경험에 돈을 쓰세요. 물질적인 것에 돈을 다 써 버려서 경험을 얻을 기회를 놓치지 마세요. 자연을 만끽 하세요. 스마트 폰의 화면을 통해 즐기는 것 보다 직접 그 순간을 즐기세요. 인생은 화면을 통해 살기 위한 것도 아니고 완벽한 사진을 찍는 것도 아니예요……. »

꼬르드

‘코르드 쉬르 시엘’이라는 마을을 돌아보고 나오는 길에 저절로 그 편지 글이 떠올랐던 건 너무도 자연스런 현상이었다. 그 환상적인 모습에 취한 우리는 오후 내내 어디를 가든 마치 구름 위에 떠 있는 듯한 느낌을 떨칠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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