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에서 서남쪽으로 85 킬로미터 떨어진, 비옥한 ‘보스 Beauce’ 평야는, 우리나라 진돗개에 비견되는 프랑스의 유명한 ‘보스롱 Beauceron’ 견종의 이름이 유래된 곳으로, “프랑스의 곳간 Grenier de la France”이라고 불려질 정도로 비옥하고 광활하다. ‘보스 평야’의 중심지에 위치한, 인구 4만 명의 한적한 샤르트르 도시는 고딕건축 양식으로 세워진 대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와 종교적 중요함으로, 중세때부터 순례자뿐만 아니라 수 많은 관광객이 찾는 곳이다.
추천 여행
현존하는 고딕 건축물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 3개를 꼽으라면, 아미앙의 노트르담 대성당, 파리의 ‘노트르담 대성당’과 함께 꼽히는 샤르트르 대성당은 1979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록되었다.
순례객과 대화재
샤르트르 땅의 기운이 강하여서인지 고대로부터 드루이족의 다산 신(多産神)과 모신(母神)에게 제를 올리던 제단이 자리 잡았었고, 로마 지배를 받던 시기에도 이교도들이 숭배하던 여신에게 바쳐진 제단이 있었다. 4세기경 이 지역이 카톡릭화 되면서 ‘성모 마리아’에게 바치는 제단을 세우는데, 초기 카톨릭 전파과정에서 이교도적인 요소들을 많이 수용하였기에, 이교도 입장에서는 숭배의 대상은 변하지 않고 이름만 바뀐 셈!!!
800년경 프랑코 제국을 세운 ‘샤흘르마뉴 대제’의 손자 3명이 제국을 분할하여 통치할 때, 875년 ‘서방 황제 Empreur d’Occident’가 된 ‘샤흘르 2세 Charles le Chauve’(대머리 샤흘르) 황제가, 예수가 태어날 때 성모가 입었다고 알려진 ‘성모 마리아의 옷 Tunique de la Vierge’을 샤르트르 대성당에 하사하면서, ‘생 자끄 드 꽁포스텔’(St Jacques de Compostelle) 순례자들이 몰려 든다. 성의를 보관한 샤르트르 주민들의 자부심은 하늘을 찌를 듯……
호사다마(好事多魔)라고, 너무 지기가 강하고 유명해서인지, 1194년 의문의 대 화재로 구 시가지와 대성당이 소실되자, 주민들의 상실감은 엄청났다. 성의가 없어졌으니 순례자들이 끊길 것이고, 상업에 의존하던 주민들의 생계가 위태한 상황!!! 실의에 빠진 주민들을 독려하여 불탄 성당을 파헤치는데, 지하묘소에 안전하게 보관되었던 성의가 발견된단다. 성당에 불이 나자마자 한 수도사가 성의를 지하묘소로 옮겼다고…… 믿거나 말거나!!!
노트르담 대성당 Cathédrale Notre-Dame de Chartres
신의 보호를 받는다고 여기며 활력을 찾은 주민들의 호응으로, 당시 꽃을 피우기 시작한 고딕건축 양식을 받아들여, 더 높고 웅장하고 아름다운 성당 건설을 단 70년 만에 세웠으니 초스피드로 공사가 진행된 셈이다. 하늘로 치솟는 첨탑, 벽면의 좁고 긴 창문과 지붕의 하중을 받아주는 날렵한 버팀벽, 수 많은 조각과 장식으로 치장되었고, 내부 길이 130 미터, 본당 너비 16 미터에 36 미터의 높이를 갖는 공간에, 176개의 화려한 스테인드글라스를 통하여 현란하게 빛나는 공간을 상상하여 보자!!
십자군 전쟁에 3번이나 출전하여 성자로 추대되는 ‘루이 9세’ 프랑스 왕이 참석한 가운데, 1260 년 10월 24일 헌당식을 성대히 치른다. 또한, 개신교도인 ‘앙리 4세’가 왕이 되는 것을 반대하는 구교도들이 점거한 ‘랭스’ 대성당에서 도유식을 치루지 못하고, 1594년 2월 27일 이 곳 샤르트르 대성당에서 도유식을 치른 곳 이기도 하다. 부르봉 왕조의 시조!!!
대성당 외부 Extérieur
모양이 다른 두 개의 높은 첨탑이 인상적인데, 좌측의 ‘끌로쉐 뇌프 Clocher Neuf’ (새로운 종탑)은 사실, 오른쪽의 구탑 보다도 더 오래 전에 만들어진 것이다. 본래, 1134년 나무로 만들었던 종탑이 1506년 벼락을 맞아 파손되자, ‘쟌 드 보스 Jehan de Beauce’에 의하여 115 미터 높이의 돌탑으로 복원되면서 붙여진 이름이다. 당시에는 새것이니까……
우측의 ‘끌로쉐 비유 Clocher Vieux’ (오래된 종탑)은 1145-1164년에 건축된 것으로, 장식적인 고딕양식과는 대조적으로 간결한 ‘로마 양식’의 진수를 보여주는 높이 106 미터의 종탑이다. 대성당의 광장에서 높이 70 미터까지 195개의 계단을 통하여 갤러리에 도달하면, 고딕건축의 특징인 ‘부벽 Arcs-boutants’ 시스템, 빗물을 받아주는 ‘괴물홈통 Gargouilles’를 비롯하여, 다양한 인물석상들, ‘샤르트르’ 구 시내의 전경과 드넓은 ‘보스’ 평야를 관망할 수 있다. 강추!!! 유대 왕들의 늘어선 중간층에는, 13세기에 만들어진 장미창과 아기 예수를 안고 있는 성모 마리아가 보인다.
서쪽정면, 출입문
서쪽 정면의 문 3개는 1145-1150년에 완공된 것으로, 예수의 삶과 승리를 찬양한다. ‘왕의 문 Portail royal’으로 불리는 중앙 문 위에는 4대 복음서 기자를 상징하는 천사, 날개 달린 황소, 날개 달린 사자, 독수리에 둘러싸인 그리스도가 새겨져 있다. 중앙문의 합각머리에 조각된 예수와 문 좌우의 기둥에 새겨진 입상들은, 구약성경에 등장하는 왕과 왕비들, 선지자들을 조각한 것으로, 로마양식 예술의 백미라고……
북쪽입면
대 화재 이후 복원하던 1210-1225년 사이에 건설된 부분으로, 프랑스 고딕시대 종교예술의 극치를 보여준다. 신과 인간의 약속을 보여주는 것으로, 천지창조부터 예수에 이르기까지 구약과 신약성경의 내용을 묘사한 조각들이 모두 채색되어 있었다니, 그 화려함을 짐작할 수 있다. 중앙 문은 성녀 안나와 성모마리아, 예수를 비롯하여, 아브라함, 아론, 이삭, 모세, 시몬, 베드로 등등의 인물을 표현하였다. 우측에는 솔로몬 왕, 에스더, 삼손 등 현자들이 보이고, 좌측 문에는 동방박사들의 경배가 눈에 띈다. 대리석 조각이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의 정교함을 자랑한다.
남쪽입면
1205-1215년 사이에 세워진 곳으로, 교회의 역사를 비롯하여 예수의 가르침과 최초의 12 제자들, 순교자들과 성자들에게 바쳐진 문이다. 중앙 문 위로는 최후의 심판을 묘사하고 있다.
대성당 내부 Intérieur
서쪽 입면의 문을 통하여 내부로 들어가면, 너비 16.4 미터, 길이 130 미터, 높이 36.55 미터의 공간이 순례자를 반긴다. 하늘을 찌를 듯 솟아 오른 176개의 스테인드글라스는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아래에서 위로 읽어야 한단다. 거대한 장미꽃 형태의 스테인드글라스는, 신약성경 내용을 담고 있는 남쪽 장미창의 가운데 원에는 예수가 보이고, 구약성경을 보여주는 북쪽 장미창에는 성모 마리아를 묘사한다.
미로 Labyrinthe
성당 본당의 바닥을 유심히 보면 원형 미로가 보이는데, 제단의 예수를 향해 모든 것을 내려놓고 용서하며 나아가는 순례자의 마음으로 조용히 기도하며 참회하는 것으로, 13 미터의 지름에 총 길이 261.5 미터의 미로이다. 오순절부터 만성절인 ‘뚜생 Toussaint’까지 매주 금요일 10:00-17:00 미로를 체험할 수 있다. 예전 순례자들은 무릎으로 기어서 예수의 품으로 갔다고……
지하묘당 Crypte
프랑스에서 가장 큰 규모이다. 두 개의 회랑이 평행으로 이어지는데, 대성당에서 가장 오래된 부분인 9세기 카롤링거 왕조 당시에 지어진 ‘생 루뱅 Saint Lubin’ 지하묘소는 건축기법이 신기하며, 11세기에 지어진 ‘생 풀베흐 Saint Fubert’ 묘소는 프랑스에서 가장 넓은 중세시대의 지하묘소로 유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