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서남쪽 ‘누밸 아키텐 Nouvelle-aquitaine‘ 적포도주로 유명한 ‘보르도 Bordeaux’ 도시의 북동부에 위치해 있으며, ‘도르도뉴 Dordogne’ 강 위쪽의 가파른 경사지에 자리잡은 ‘생테밀리옹 Saint-Emilion’은 중세시대의 유적이 잘 보존된 곳으로 1999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마을이다. 로마네스크 양식의 성당, 고딕 양식의 종탑, 13세기 방어용 성벽, 유명 와이너리의 포도밭으로 둘러싸인 마을의 좁은 골목길을 거닐며 타임머신을 타고 중세시대로 돌아가 보자.
추천 여행
특히, 이른 아침 마을을 싸고 있던 안개가 서서히 걷히는 모습을 즐기며 포도밭을 거닐어 보고, 늦은 저녁 아름다운 석양을 바라볼 수 있는 광장에서 포도주 한잔 강추 !!
이 곳에 최초로 사람이 거주한 것은 기원전 3만 5000년까지 거슬러 올라가는데, 언덕 아래 로마 정복기 시대의 유적지에서 발견되는 모자이크 조각 덕분에 일찍부터 포도주 생산이 활발하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전설에 따르면, 8세기에 브르타뉴 지방 출신의 ‘에밀리옹 Émilion’ 수도사가 야고보의 유해가 발견된 ‘생 자크 드 콩포스텔’(St Jacques de Compostelle)로 성지순례를 다녀오다가 이곳에 정착하여 은자의 삶을 살았다고 한다. 18년 동안 행한 수많은 기적과 덕행으로 많은 수도사들이 모여들었고, 사후 그의 이름을 딴 수도원이 생기면서 이 마을 이름도 ‘성자 Saint’ + ‘에밀리옹 Emilion’ 로 바뀌었다.
역사적으로, 중세 ‘아키텐 Aquitaine’ 지방 영주의 무남독녀 후계자로 프랑스 ‘루이 7세’ 왕과 결혼하였던 ‘알리에노르 다키텐 Aliénor d’Aquitaine’ 왕비가 이혼하고, ‘노르망디’ 지방과 ‘앙주’ 지방의 영주이며 후에 영국 왕이 되는 ‘플랜태저넷 Plantagenêt’ 가문의 ‘헨리 2세 Henry II’와 1152년 재혼하면서 ‘생테밀리옹’을 비롯한 ‘아키텐’ 지방을 지참금으로 가져갔기 때문에 영국에 속하게 되었다. 역사상 유일한 인물, 프랑스 왕비이었다가 영국 왕비가 된 ‘알리에노르 다키텐’ 때문에 이 마을의 소유권을 놓고 영국과 프랑스로 수없이 전쟁을 치루었으며, 백년전쟁이 끝나는 1453년에 완전히 프랑스 영토가 되었다.
포도주
온화한 대서양 기후, 풍부한 일조량과 배수가 잘 되는 점토질의 백악토로 이루어진 생테밀리옹의 ‘떼루아’(풍토)의 특이성 때문에 주로 ‘메를로 Merlot’와 ‘까베르네 프랑 Cabernet Franc’ 포도품종을 재배하는데, 알코올이 풍부하여 15~20년 장기 보관이 가능하고 떫지 않으면서 섬세한 맛으로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생떼밀리옹 포도주 등급은 다른 지역과 달리 자체적인 체계를 갖는다. 총 82개 와이너리를 64개 ‘그랑 크뤼 클라쎄 Grands Crus Classés’와 18개의 ‘프르미에 그랑 크뤼 클라쎄 Premiers Grands Crus Classés’로 등급을 구분하는데, 그 중에서 최상급 ‘프르미에 그랑 크뤼 클라쎄 A Premiers Grands Crus Classés A’ 로 구분되는 4개의 포도주 와이너리는 ‘샤또 슈발 블랑 Château Cheval Blanc’과 ‘샤또 오존 Château Ausone’, ‘샤또 안젤뤼스 Château Angelus’, ‘샤또 파비 Château Pavie’이다.
생떼밀리옹 교회 église monolithe de Saint-Émilion
11세기에 석회암반층 속을 파내고 들어선 유럽 최대 지하교회는 신앙으로 완성한 인간승리라고 할 정도로 대단한 공간이다. 고딕 스타일의 창문을 통하여 들어오는 빛은 어마어마하게 두터운 기둥이 떠받치는 본당과 양쪽 측랑을 갖는 지하교회에 신성함을 부여한다.
12세기경 지은 높이 53미터의 종탑은 하늘에 바쳐진 신앙심의 상징이며 또한 마을을 지키는 망루 역할을 하던 곳인데, 여행자 정보센터에서 입장료를 지불하고 열쇠를 받아서 직접 올라가 볼만하다. 강추 !!!
레 코흐들리에 cloître des Cordeliers
14세기 ‘성 프란체스코’ 수도원의 유적은 마을에서 가장 고풍스럽고 상징적인 장소로 남아있는데, 허리에 끈을 두른 ‘레 코흐들리에’ (프란체스코 수도사)의 수도원이 있던 곳으로 현재는 이 곳에서 포도주 시음과 간단한 식사를 할 수 있다.
왕의 탑 LA TOUR DU ROY
석조 성채로 예전에 영국 왕 ‘헨리 3세 Henry III’(1207-1272)의 명령으로 지어진 성벽과 망루 건물이 그대로 남아 있다. 이 성의 역사는 13세기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지롱드 지역에서 현재까지 손상되지 않고 보존된 유일한 로마네스크 양식의 성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