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북동쪽 43km 지점에 강과 아름다운 숲으로 둘러싸인 고도(古都) ‘상리스 Senlis’는 2000년 역사를 간직한 도시로 고대 초기부터 중세의 왕실 거주지, 고딕 양식의 대성당과 중세 성벽으로 둘러싸인 오래된 집과 골목들이 옛 모습 그대로 보존되어 영화 촬영 장소로도 인기가 높다. 파리근교에서 가장 아름다운 ‘샹티이 성 Domaine de Chantilly‘을 방문할 때 함께 보면 좋다.
추천 여행
전설에 따르면, 4세기 기독교 전파자이며 ‘상리스’ 초대주교이었던 ‘생 리욜 Saint-Rieul’ 성인의 유해를 보관하고 있었는데, ‘랭스 대성당 Cathédrale de Reims’에서 기독교로 개종한 프랑스 최초 ‘메로빙거왕조 Mérovingiens’의 왕 ‘클로비스 Clovis’(466-511)가 성유물에 참배하고 기념으로 성유물의 일부를 가져가고자 성인의 턱에서 이빨 하나를 뽑는데….
유골에서 기적처럼 피가 끊이지 않고 흐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이빨 하나를 뽑아서 도시를 빠져나가려 하자 모든 성문이 저절로 닫혀 그의 길을 가로막아서 다시금 성인의 유골에 돌려 놓았단다. 지금도 이 성당에 보관 중!!!!
987년 ‘카페왕조’(987-1328)의 시조 ‘위그 카페 Hugues Capet’(940-996)가 이곳에서 귀족들에 의해 왕으로 선출되어 ‘발루아 왕조 Maison de Valois’(1328-1498), ‘발루아 오를레앙 왕조’(1498-1515), ‘발루아 앙굴렘 왕조’(1515-1589), ‘부르봉 왕조’(1589-1793, 1814-1830)의 ‘샤를 10세 Charles X’까지 800년 동안 통치한 ‘프랑스 왕조‘의 시작이 바로 이곳!!!
도시는 12세기와 13세기에는 파리보다 더 중요하고 발달한 도시이었다. 양모, 가죽 및 모피 교역이 증가하고 경제가 활기를 띄면서 인구가 늘어 도시를 확장하는데, ‘필립 2세 Philippe II Auguste’(1165-1223)가 더 넓게 성벽을 건설한다.
이때 많은 건축물이 들어서는데 1153-1519년에 건립되었고 13세기에 78m 높이의 첨탑이 세워진 ‘상리스의 노트르담 대성당 Cathédrales de Notre-Dame de Senlis’이 대표적이다. 4세기에 걸친 긴 공사로 초기 고딕양식에서 후기 고딕양식인 불꽃모양의 플랑부아양 양식까지 건축의 변천사를 볼 수 있고 르네상스 양식까지 가미된 아름다운 건축물이다.
주 출입문으로 사용하는 서쪽입면에는 3개의 문과 작은 장미창, 하늘높이 치솟은 첨탑은 12세기 초기 고딕건축의 특징들이 보인다. 가운데 문의 상단에 성모와 예수의 모습이 조각되어 있고, 성모 죽음과 대관식 장면이 보인다. 프랑스에서 처음으로 성모대관식 장면을 조각한 것으로 유명하다.
최후심판에 두려워하던 중세사람들에게 예수의 신부이며 하늘의 여왕인 마리아가 하나님의 옆에서 인자함과 자비로 인간을 위하여 중재하기에 지옥으로 떨어지지 않고 천국으로 갈 수 있다는 희망을 주기 시작하는 조각이다. 성당 내부는 중앙의 본당과 좌,우 양측에 측랑을 갖는 3랑식으로 길이 70미터 너비 28미터 높이 23미터의 공간을 갖는다. 주기둥을 두고 가늘고 둥근 부기둥들이 식물의 줄기처럼 하늘을 향해 올라가며 아름다운 골격을 보인다.
상리스의 세라핀 Séraphine de Senlis
정규 미술교육을 받지 못하고 미술양식에 무관심하고 자연에 대하여 ‘나이브'(순수)한 태도를 가진 ‘소박파 Art naïf’(素朴派)의 화가 중에 2008년 영화로 재조명 받았던 ‘세라핀 루이 Séraphine Louis’(1864 -1942)가 이 마을에 살았다. 7살에 고아가 되어 수녀원에서 허드렛일을 하며 자라다 어느 날 영적 계시를 통해 풀, 꽃, 나무 등 자연을 소재로 그림을 그렸다. 미술적 교육을 받아보지 못한 채 오로지 그녀의 본능과 무의식을 통한 영감으로 그녀만의 독특한 형식의 그림을 그린다.
미술평론가 겸 화상(畵商)으로 ‘앙리 루소 Henri Rousseau’(1844-1910)의 첫 개인전을 열어준 독일인 ‘빌헬림 우데 Wilhelm Uhde’(1874-1947)가 1912년 ‘상리스’로 글을 쓰기 위해 정착하는데, 우연히 ‘세라핀’의 그림을 알아보고 재정적 후원과 전시회를 열어준다. 안타깝게도 점점 그림에 몰두하며 광기에 사로잡히고, 정신병원에서 8년을 보내다 1942년 쓸쓸하게 생을 마감한 ‘세라핀’의 열정과 집념을 느껴보시길!